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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ing/News & Talk2012.02.02 18:59

남자? 여자! 양성(性)의 육상 선수들

누군가는 말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맞다. 우리는 1등이거나 세계신기록 혹은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내놓은 선수들을 강하게 기억한다. 그러나 1등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만년 2위 선수나 혹은 세계신기록을 세웠으나 비공식 기록으로 묻혀진 억울한 선수들의 이야기도 분명 기억한다. 아니, 때로는 1등보다 사연 많은 2등의 이야기를 더 잘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은 달리기의 역사에서 1등이었으나, 2등으로 내려설 수 밖에 없었던 불운의 선수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에 소개하는 2등의 선수들 이야기를 읽고 난 후 여러분의 뇌세포 하나하나에 또렷하게 그이들의 면면이 각인될 것이다. 


자, 지금부터 1등을 했어도 2등일 수밖에 없는, 비운의 양성구유 선수들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양성구유 (androgyny, 兩性具有)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조합, 즉 자웅동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관습적으로 남성적·여성적이라고 정의되는 특징의 결합에 기초한 정체성(正體性)을 이르는 말.

-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성별논란. 심심치 않게 등장해 스포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논란이다. 최근 가장 큰 이슈였던 선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육상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낸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자 육상 영웅 캐스터 세메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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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자다"라고 말했으나 양성자 판정을 받은 세메냐

캐스터 세메냐
당시 17세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메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800m에서 금을 따고, 이어 2009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짧은 머리와 강인한 상체 근육 등으로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남아공육상연맹에 세메냐에 대한 성별검사를 요청했고, 그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성 판결검사 결과 세메냐는 자궁과 난소가 없고,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두 가진 양성자인 것이 밝혀진 것.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일반 여성의 3배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 호르몬을 생성하는 고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여성으로 공식 인증을 받아 메달은 박탈 당하지 않았고, 지난 22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 월드 챌린지대회 여자 800m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에 대한 성 정체성 논란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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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검사를 받고 내 꿈은 이미 산산조각났다. 나는 모든 희망을 버려야 했다. 그래서 자살까지 시도했다”

산티 순다라얀

벽돌을 굽는 근로자 집안 다셧 자녀 중 한명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영양 결핍에서 벗어날 길을 찾다가 운동을 시작했다는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 그녀는 2006 도하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8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성별 이상', 즉 '남성'으로 판정이나 메달을 박탈 당하고 만다.


순다라얀의 병명은 '안드로겐내성증후군(androgen resistance syndrome)'. 이는 남성호르몬 수용체에 이상이 생겨 외형 및 외부 생식기가 여성화되는 유전병이다. 메달을 박탈 당한 후 무수한 모욕과 고통을 겪어 결국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나, 지역 육상 지도자로서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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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이후 올림픽은 물론 프로경기에 절대 출전할 수 없게 된 에바

에바 클로부코브스카
메달을 딴 뒤 자격을 박탈당한 최초의 케이스는 순다라얀 전에도 있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여자 400m 릴레이에서 우승한 폴란드의 에바 클로부코브스카는 4년 뒤인 1967년 성별 검사에서 뒤늦게 양성 반응을 보여 메달자격을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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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사건으로 사망 후, 우연히 양성자임이 드러나 세상을 놀래킨 L.A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

스탈리슬라바 발라시비치비
1932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여자 100m에서 우승한 폴란드의 스탈리슬라바 발라시비치 역시 성별 논란을 일으켰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미국으로 이주해 스텔라 윌시라는 여자 이름으로 바꾼 발라시비치는 1980년 강도사건으로 살해됐을 당시 부검결과 남자 생식기를 가진, 양성자로 드러나 세상을 발칵 뒤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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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정부에 의해 3년간 철저히 여성으로 살았던 도라, 혹은 헤르만

도라 라트옌
1936년 베를린올림픽 당시 여자 높이뛰기에서 4위를, 1938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도라 라트옌은 나치 정부가 아예 성을 바꾼 경우이다. 헤르만 라트옌이라는 독일 남성을 여자로 '변장'시킨 뒤 대회에 출전시켰던 것.


사무켈리소 시소레
2004년 짐바브웨육상대회에서 7개 금메달을 싹쓸이 해 화제가 되었던 짐바브웨의 사무켈리소 시소레는 결국 양성자로 판명되었고, 성별을 속여 출전했다는 죄로 4년간 수감생활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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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프레스 형제'로 불렸던 그녀들은 과연 어디로?

아직 미제로 남아있는 예도 흔하다.
구소련 시절이던 1960년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합작하며 육상 스타로 군림했던 타마라-이리나 프레스 자매는 성별검사가 도입된 1968년 이후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둘은 과연 자매일까 아님 형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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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남성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으면서도 여성의 몸에 갇혀있어 늘 세상이 미웠다.”

양성구유와는 조금 다른 예이기는 하나, 촉망받던 육상 에이스에서 성전환 수술을 거쳐 여성에서 남성으로 변한 선수도 있다.


독일 육상의 에이스로 손꼽힌 이본느 부시바움은 2년 전 성전환 수술을 받고, 한 패션잡지의 남성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1999 년 유럽 주니어챔피언십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독일 장대높이뛰기 최고의 기대주였던 그는 이듬해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해 6위를 기록했다. 2004년 개인 최고 기록인 4.70m를 넘어 유럽챔피언십 3위에 올랐으나 이후 부상을 거듭하며 선수생활에 깊은 슬럼프를 겪었다. 반복된 부상과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는 결국 2007년 대표팀 은퇴를 선언, 이듬해 성전환 수술을 받았으며 이름까지 발리안(Balian)으로 바꿔 완전한 남성으로 거듭났다.


사실 성별 검사는 미묘한 문제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으나, 성별 테스트의 신뢰성 여부와 여성 비하 위험이 있다는 비판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이를 폐지해 버린다. 하지만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이 제도를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또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성별감정실험실'이라는 성별 감정소를 등장시켰다.


성 논란이 있는 선수라고 무조건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성전환 선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조건부로 참가할 수 있다. 성전환 후 법적으로 새 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2년간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그 조건이다. 남성으로 판명이 나 결국 메달을 박탈당했던 순다라얀의 경우, 자살까지 시도했을 정도로 힘들었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 후진양성을 위해 스파이크 끈을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넘어져도 쓰러져도 결국 달리기만이 그들의 희망이었던 셈이다. 달리기란 넘어져도 일어나서 뛰어야 하는 것이니까. 비록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지라도 그들은 오늘도 묵묵히 달릴 뿐이다.

 

Posted by NB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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