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News & Talk2012.01.30 19:16

러너스하이(runners' high), 달리는 자들만의 치명적 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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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 근육이 찢어져 뼈와 살이 분리될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무슨 생각이 들까? 옆 사람보다 빨리 달려야 한다는 경쟁의식? 기록을 갱신해야겠다는 승부욕? 아니면 무조건 달리고 말겠다는 몹쓸 근성?

0.1초 차이로 웃고 우는 사람들.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박동을 들으며 오직 앞만 보고 달린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다는 듯이.

코야마 유우의 만화 '스프린터(スプリンタ-)'의 주인공 히카루는 스프린터(Sprinter, 단거리 경주자)와의 만남을 계기로 최고 속도 너머에 있는 미지의 세계에 마음을 뺏겨 모든 것을 버리고 돌진한다. 과연 히카루가 마음을 뺏긴 미지의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를 달리게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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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터(スプリンタ-)> (코야마 유우)


히카루를 매혹한 세계는 다름아닌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달리기 애호가'들은 말한다. 달리기가 바로 마약이라고.

달릴 때,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지지만 30분 이상 달리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경쾌한 느낌이 드는 순간 최고조에 이르는 활홀경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나 '러닝 하이(running high)' 또는 '운동 하이(exercise high)'라고도 한다. 짧게는 4분, 길면 30분 이상 지속되는 러너스하이에 도달하면 오래 달려도 전혀 지치지 않을 것 같고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러너스하이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A.J.맨델이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이다. 이는 신체 및 정신적인 측면과 관련이 있으며, 주변의 환경자극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감을 말한다. 이때의 느낌은 헤로인이나 모르핀 혹은 마리화나를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고 때로는 성적 절정감인 오르가즘에 비교되기도 한다.
 

러너스하이를 이야기할 때 주로 달리기를 예로 들지만 수영, 사이클, 야구, 럭비, 축구, 스키 등 장시간 지속되는 운동이라면 어떤 운동이든 러너스하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마라톤 선수들이 훈련을 할 때 극한의 고통을 넘어 35km 지점쯤 되면 러너스하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심장박동수는 1분당 120회 이상이나, 이런 강도로 30분 이상 운동을 했을 때 러너스하이 효과가 나타난다.

중간 정도로 운동을 하면 중추신경계의 영역에서 발현되는 마약 성분과 구조와 기능이 거의 같은 화학적 전달물질인 오피오이드 펩티드(opioid peptide)가 분비되고, 일정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면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노르아드레달린'이라고도 함)의 분비가 저하되기 때문에 우울한 증세가 약화된다고 한다.

최근 러너스 하이와 엔돌핀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장시간 달리면 뇌는 신체의 고통을 잊고 엔돌핀을 분비하는데, 도가 지나치면 이 엔돌핀이 주는 쾌감을 못 잊어 몸이 피곤하더라도 달리기를 계속하게 되는 원리다.

마약과 같은 환각증세를 달리면서 느낄 수 있다니! 이쯤되면 한번쯤 러너스하이에 대한 호기심이 모락모락 피어날 것이다. 특히 달리기를 통해 통증과 우울증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대목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러너스하이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조금 힘겹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느리거나 빠르지 않게 달려야 하는데, 심장 박동수는 1분에 120회 이상은 되어야 한다. 보통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러너스하이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초보자가 러너스하이를 느끼기 위해 처음부터 무리하게 달리는 것은 몸에도 무리가 가고 건강에도 좋지 않으니 피해야 한다. 점차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환상적인 기쁨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자칫 마약에 빠지는 것처럼 러너스하이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러너스하이를 느껴본 사람은 계속 그 상태를 느끼고 싶어 자칫 운동 중독에 빠질 수 있다.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불안해하거나 짜증을 내게 되고 무리하게 달리다가 인대가 손상되거나 근육이 파열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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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er @ Hyde Park by miguel77


어디서 달리든 상관은 없지만 스포츠 전문가들은 불쾌한 곳만은 피하라고 말한다. 쾌적한 환경에서 달릴 때 몸속 생물학적 반응이 제대로 나타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은 러너스하이가 오면 다리에 힘이 빠져 더는 달릴 수 없다고 하는만큼 러너스하이는 사람마다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며 발생하는 상황도 다르다.

하지만 지나치게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러너스하이는 오지 않는다. 몸 컨디션이 좋아야 하고 마음이 편안해야 그 느낌이 온다. 마라톤 선수들도 올림픽이나 대회 등 다른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때는 러너스하이를 결코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국민 마라토너 황영조 감독은 러너스하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속도가 붙은 스포츠카를 탔을 때의 붕 뜨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현역 땐 대회를 마치고 회복 훈련할 때 주로 일어났다. 하지만 현역 때보다 은퇴한 뒤에 훨씬 더 많이 느꼈다. 아무런 부담 없이 자유롭게 달리기 때문일 것이다. 러너스 하이가 왔을 땐 금방이라도 튕겨 나가고 싶은 느낌이 드는데, 이때 그 충동을 지그시 누르고 일정한 페이스로 달리다 보면 오랫동안 ‘충만감’을 만끽할 수 있다”고.

‘봉달이’ 이봉주 선수 역시 “대회에 나가서는 그런 경우를 한번도 느낀 적이 없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자유훈련을 할 때나, 대회가 끝난 뒤 회복기에 가볍게 조깅할 때 온다. 아마 수십 번은 경험한 것 같다. 머리가 맑아지고 경쾌한 느낌이 든다. 날아갈 듯하다. 그 시간은 한 5분 정도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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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발란스팀 니콜 부시(Nicole Bush) 선수의 2010년 USA 아웃도어 챔피언십 경기 장면 (Photo: Victah Sailer@PhotoRun)


러너스하이, 진정 여유있는 마음으로 달리기에 몸을 맡길 때 찾아오는 순수한 기쁨의 세계로 두발을 뻗어 보자~!
Posted by NB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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