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News & Talk2012.02.02 10:44

무라카미 하루키가 추천하는, 달리기용 음악

오늘도 달린다. 분명 어떤 목표를 세우고 달리지만 멍하니 달리다 보면 달리기를 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멍때리기 위해 달리는 건지 모를 때가 있다. 달리기에 어지간히 인이 박히면 두 팔과 다리가 관성적으로 상하좌우 운동을 하고, 들숨날숨을 습관적으로 토해내며 '조금 빨리 걷는 것'이 되어 버릴 때가 있다. 이쯤되면 운동 효율은 물론이고, 달리기에 대한 즐거움도 급격히 저하되게 마련이다. 이러면 안 된다! 


이럴 때 신나는 노래와 함께 달린다면 달리기가 좀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실제로 러닝을 하면서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운동 효율을 최고치로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노래에 맞춰 달리기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 노래에 취해 운동에 집중하다보면 더 오랜 시간 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노래를 들으면서 극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노래를 들어야 운동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운동 효율을 높여주는 노래는 따로 있다.


노래마다 BPM(악곡의 분당 비트수)이 있는데 BPM에 따라 워킹할 때, 파워워킹할 때, 러닝할 때 듣는 노래가 다르다. 영국 블루넬대 스포츠 교육&스포츠 심리학과의 코스타스 카라게오르기 박사는 워킹할 때는 115~118BPM 인 노래가 좋고, 파워워킹할 때는 137~139BPM가 적당하다고 한다. 러닝할 때는 144~160BPM이 좋으며, 많은 러너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어떤 노래를 들어야할지 모르겠다면 <1Q84>로 다시 한번 문학계에 저력을 증명하고 있는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이스를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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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7월 18일, 마라톤 경주의 발상지인 마라톤에서 처음으로 뛴 마라톤 풀코스의 결승점을 맞이한 하루키

1949년에 태어난 무라카미 하루키는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제22회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하루키는 첫 장편소설로 <양을 둘러싼 모험>(1982년)을 발표한 이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1985년)과 <상실의 시대>(1987년) 등을 내놓으며 세계적으로 '하루키 신드롬'을 낳았다. 이후 <태엽감는 새 연대기>(1994년), <렉싱턴의 유령>(1997년), <해변의 카프카>(2006년), <1Q84>(2009년)를 출간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데뷔 전인 1974년부터 1981년까지는 재즈음악다방 '피터 캣'을 경영했을 뿐더러 열렬한 LP판 수집광이기도 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여러차례 소화한 달리기 마니아이다. 그런 그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수필집을 통해 '달릴 때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했다.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수필집에서 그는 달리기를 축으로 문학과 인생을 회고하는 소소하며 진중한(이것이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수필의 장점!) 이야기들을 선보인다. 그는 묘비명에 문구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남기고 싶을 정도로 달리기 광이다('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는 문장은 비단 달리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하루키는 스스로 육체노동이라고 할 소설을 쓰기 위해서 건강증진에 가장 효율적이고 지구력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달리기를 선택하고 그렇게 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일주일 중 6일을, 하루 평균 10킬로 정도 착실하게 달린다는 하루키는 33살의 나이에 장거리 러너로서의 생활을 시작했고, 1982년 가을,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23년 가까이 계속 달렸다(물론 그는 지금까지 달리고 있다). 매년 적어도 한번은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 그 밖에도 세계 각지에서 헤아릴 수 없을만큼 여러 장·단거리 레이스에 참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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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 16일, 터프츠 대학의 트랙에서 달리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다른 러너들도 그렇듯이 하루키 역시 달리기를 하며 음악을 듣는 것을 잊지 않는다. 다른 점이라면 다른 러너들이 아이팟 등의 MP3로 음악을 들을 때, 그는 손때 묻은 MD를 고집하는 것 정도?


하루키가 말하는 '달리기용 음악'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달릴 때는 대체로 록 음악을 듣는다.
2. 되도록 심플한 리듬의 음악이 좋다.


때로 재즈를 듣는 일도 있지만 달리는 리듬에 맞추는 걸 생각할 때, 역시 반주 음악으로서는 록 음악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하루키만의 '달리기용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살펴보자.


- The Lovin' Spoonful(러빙 스푼풀)의 <Daydream>, <Hums of The Lovin' Spoonful>


<The Lovin' Spoonful - Daydream>


- Red Hot Chili Peppers(레드 핫 칠리 페퍼스), Gorillaz(고릴라즈), Jeff Beck(제프벡),
  Creedence Clearwater Revival(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 Beach Boys(비치 보이스)같은 음악
- 아침나절에는 Carla Thomas(칼라 토머스)와 Otis Ray Redding Jr.(오티스 레딩)의 음악
- The Rolling Stones(롤링 스톤스)의 <Beggar's Banquet>



<The Rolling Stones - Sympathy For The Devil>


하루키는 <Beggar's Banquet>앨범 중 'Sympathy For The Devil'의 '후후후'라고 하는 펑키풍의 백코러스는 달리는데 실로 안성맞춤이라 했다.


- Eric Patrick Clapton(에릭 클랩튼)의 <Reptile>

 

<Eric Patrick Clapton - Reptile>


하루키는 에릭 클랩튼의 'Reptile'을 마음에 와 닿고, 몇 번 들어도 질리지 않아 어느 쪽이나 흠잡을데 없는 음악이라 평했다. 특히 천천히 러닝을 하는 아침에 듣기에 딱 좋은 앨범이라 하며, 강요하는 듯한 느낌과 부자연스러움이 티끌만큼도 없고, 리듬은 항상 명료하고 멜로디는 한없이 자연스럽다 했다.


- 참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2007)




그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웠다고 한다.
달리기를 시작하며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선 셈이다.
그의 소설에 원동력이 된 것이 달리기였다면 달리기에 박차를 가하도록 도와준 것은 음악이었다.


하루키가 들었던 음악을 들으면서 뛰어 보자. 취향과 다르다고? 걱정 마시라.
달리는 즐거움을 익히 아는 두 다리만큼은 그가 추천하는 음악에 맞춰 즐겁게 움직여 줄테니까.

Posted by NB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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